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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널의 시 죄

                                                        나미널   

오늘도 나는                

그렇게 잘못한 게 많았나

죄송한 게 많았나         

       떠있지 않는 달님에게 물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틀린 사람이 되고 있었다.

 

난 그저                    

    세상에서 잘난 사람이 아닌

          세상에 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사과나 미안이 아닌      

  수고했다 말하고 싶었는데

 

 

그냥 그런 날이었다.

 

PPT 발표 도중

사진자료를 빼먹은 팀원 덕분에

교수님에게 한소리를 먹고 점수를 까이고,

강의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도중

갑자기 밑에 서랍에서 메모장과 펜이 떨어져

확인 안했냐고 조교님께 잔소리를 듣고,

기숙사로 가는 버스에서 내리면서

뒤에 있던 학생이 치고 가면서 액정이 깨지고,

그렇게 기숙사에서 점호를 하는데

룸메가 청소를 안 해서 방 전체 벌점을 받고,

기분이 좋지 않아 휴게실에서 친구들에게

말해주는데  자존심 높은 친구 한 명이

'그건 전부 너가한 실수지'라며 말하는 그런 날.

 

 

그런 날을 보내고 들어와

저런 말을 들으니 뭔가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딱히 내 잘못은 없었는데,

친구의 말을 들으니 전부 '내 잘못' 같았다.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

엄청 대단하거나, 위대하거나, 존경받고,

칭찬받거나 그러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그냥 오늘 하루도 평범하게 소소하게

멍 때리면서 버스를 타다가

웹툰 댓글을 보면서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하루길 바랬는데,

저런 날에, 저런 말이,

그때에는 너무 힘들었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 일도 아니고

어찌 보면 저런 날도 평범한 날에 속할지 모른다

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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